[뉴스분석] 회담 결과따라 김한길 대표엔 ‘양날의 칼’
입력 2013-09-14 05:09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수용키로 했다. 김 대표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회담이 비로소 성사됐지만, 승부는 이제부터다. 특히 야당이 요구해온 ‘4개 요구사항’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엔 회담의 총구가 자칫 김 대표 본인을 겨눌 수도 있다.
당장 국회 주변에선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민주당은 그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 대통령 사과 등 4가지를 요구해 왔다. 김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사과, 음모 가담자에 대한 사법적 응징, 정보기관 개혁안, 대선 후에도 반복되는 정보기관의 악습에 대한 인적·제도적 청산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4가지 요구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하나 해결되기 쉽지 않다. 특히 남 원장 해임 문제가 제일 큰 걸림돌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나머지 3개는 사실상 ‘립 서비스’로도 가능하지만 남 원장 해임은 해임이냐 아니냐는 분명한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어서 관철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내 강경파들이 넷 중에서도 남 원장 해임을 1순위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강경파 인사는 “장외투쟁 때 줄곧 ‘남해박사’(남 원장 해임, 박 대통령 사과)를 외치지 않았느냐”며 “남해박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선 때 국정원한테 어떤 도움도 안 받았다”는 박 대통령 언급에 비춰 설령 사과를 해도 그 수위가 민주당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낙관키 어렵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회담 수용은 잘된 일”이라면서도 일각의 회담 낙관론은 극구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야가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면 3자 모두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어떻게든 ‘모양새 좋게’ 마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회담 결과는 김 대표 위상이나 정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빈손 회담’이 된다면 들러리만 섰다는 비판과 함께 김 대표가 강경파에 더욱 휘둘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관계도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고 김 대표 거취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남해박사’가 관철되면 김 대표 위상이나 여야관계에 파란불이 켜질 전망이다. 회담 결과에 사활이 달린 만큼 청와대와 여야는 3개 채널을 가동해 의제 등을 놓고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