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자회담 수용] 박근혜·김한길… 동갑내기, 代이어 정치무대서 맞서

입력 2013-09-14 04:48


정국 해법을 놓고 16일 국회에서 만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우연이라고 보기 힘든 인연을 맺고 있다. 아버지 대(代)에서부터 2대째 정치적 라이벌로 여야 관계가 뒤바뀌면서 경쟁하고 있다.

두 사람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는 1960∼70년대 대립했다. 김 전 당수는 진보적 색채가 뚜렷한 통일사회당을 이끌며 박 전 대통령과 맞서다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되는 시련을 겪었다.

‘아버지들의 시대’가 끝난 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정계입문 전 TV토크쇼 진행자와 출연자로 만났다. 1993년 김 대표는 대통령의 외동딸과 평범한 남자의 연애를 그린 ‘여자의 남자’라는 소설로 히트를 친 뒤 TV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오랜 칩거 생활을 끝내고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당시 김 대표는 “박근혜씨가 청와대 안주인 노릇을 하는 동안 저는 긴급조치로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면회 다니면서 세월 까먹으면서 살았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 사람인데 한 시간 동안 그렇게 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력과 스타일도 대비된다. 박 대통령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이고 김 대표는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소설가다. 이공계 출신인 박 대통령은 뜻이 명확하고 짧은 정치언어를 선호하는 반면, 소설을 써온 김 대표는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박 대통령은 독신이지만 김 대표는 탤런트 최명길씨와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정계 입문은 김 대표가 2년 ‘선배’다. 김 대표가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15대 국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보수적 정치인으로 통하고 김 대표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개혁주의자로 불린다. 박 대통령은 줄곧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 등 ‘리더’ 역할을 했다면 김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자 기획특보 등 ‘전략가’로서 정치적 자산을 불려나갔다.

두 사람은 2006년 여당 원내대표와 제1야당 대표로 다시 만났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로 사학법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주도했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이른바 ‘산상회담(山上會談)’을 통해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키로 합의했다. 김 대표가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50여일간 장외에 있던 박 대통령에게 국회복귀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해 2월 2일 김 대표는 취임 인사 차 박 대통령을 예방해 생일 케이크를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산상회담’을 언급하며 “산에서 추우셨을 텐데 애 많이 쓰셨다”며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7년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뀐 두 사람은 각각 대통령과 ‘노숙투쟁’ 중인 제1야당 대표로 다시 대면하게 됐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