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전격 사퇴] 법무부, 예고없이 ‘감찰’ 발표… 반대 속 사퇴 강행
입력 2013-09-13 18:02 수정 2013-09-13 10:40
법무부 대변인실은 13일 오후 1시17분 사전 예고도 없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사실을 공지했다. 조상철 대변인은 내용을 문의하는 기자들에게 “현재 (정부과천청사에서) 서초동 검찰 기자실로 급히 가고 있다. 곧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오후 1시50분부터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관련 사실을 발표했다. 문자메시지로 미리 전파했던 내용 그대로였다. 그는 감찰 착수 배경, 의도 등을 묻는 질문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조속히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취지”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황 장관은 점심 무렵 “중요한 사안이 있다”며 대변인실에 비상대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는 대검찰청 간부들도 대부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들은 외부 점심식사 중 언론 보도를 접하고 급히 사무실로 복귀했다.
오후 1시40분쯤부터 대검 청사 8층의 총장 집무실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 조직 수장으로서 단 하루라도 감찰 조사를 받으면서 일선 검찰을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사의를 표했다. 대검 간부들은 “사퇴는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채 총장은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고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한 불가피한 충정으로 이해해 달라”며 사의를 접지 않았다. 그는 간부들에게 “새가 둥지를 떠날 때는 둥지를 깨끗하게 하고 떠난다는 말이 있다. 떠나는 마당에 무슨 말을 더 남기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본선 대검 대변인은 오후 2시30분 대검 기자실로 내려와 채 총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알렸다. 채 총장은 오후 4시5분쯤 대검 청사를 떠났다. 검찰 직원 30~40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배웅했다. 채 총장은 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취재진을 향해서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그동안 짧은 기간이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제대로 이끌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1분가량 짧은 소회를 밝혔다. 채 총장이 탄 차가 청사를 떠난 뒤에도 직원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난 4월 4일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여 만의 씁쓸한 퇴장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날 밤 여권 핵심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채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했지만 채 총장이 응하지 않자 법무부 장관을 통한 감찰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