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전격 사퇴] 마뜩잖아 했던 靑 ‘입김’ 작용한 듯
입력 2013-09-13 18:02 수정 2013-09-13 22:33
그간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강했다. 법무부가 ‘혼외 아들’ 논란이 제기된 채 총장에 대해 13일 전격 감찰에 착수하고, 곧바로 그가 사퇴하기까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모르는 일”이라며 채 총장 사퇴에 대해 선을 그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감찰 주체는 법무부고, 자진 사퇴 형식인 만큼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권 내부에서 채 총장에 대해 가득했던 불만을 주목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자 여권과 채 총장 사이에 냉기류가 감지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채 총장이 혐의 적용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검찰이 지난달 26일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첫 공판에서 ‘신종 매카시즘’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청와대가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서다. 청와대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할 때 국정원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검찰 고위 인사들을 함께 인사조처하려고 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사생활과 관련된 혼외 아들 논란이 전개된 과정에서도 청와대는 채 총장의 대응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특히 채 총장 측에서 ‘검찰 흔들기’ 음모론을 제기하며 공방에 돌입하는 모습이 결정적으로 여권 핵심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시점부터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채 총장은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직전 꾸려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 측에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을 탈락시키고 3배수 후보로 확정됐다. 채 총장이 임명된 이후에는 ‘우리가 뽑은 검찰총장이 아니다’라는 시각이 강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채 총장 사퇴 후 한때 황교안 법무장관도 사의를 표명했으나 청와대가 만류했다는 설이 돌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부인했고,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하지 않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