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전격 사퇴] 부글부글 끓는 檢… “사퇴 전혀 예상 못해” 당혹

입력 2013-09-13 18:06 수정 2013-09-13 22:25

채동욱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낙마로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검찰 간부 및 일선 검사들은 예상치 못했던 채 총장의 사퇴 소식에 크게 당황스러워 했다. 대검찰청은 간부회의를 잇달아 열어 향후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검찰 내부에는 채 총장 사퇴를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으로 여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렸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 간부와 일선 검사들은 대부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의 한 간부급 검사는 “(채 총장의) 혼외자녀 문제가 제대로 잘 정리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갑자기 사퇴한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채 총장의 사퇴를 안타까워하는 글이 쇄도했다. 서울고검의 한 부장검사는 “퇴임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퇴임한다니 안타깝다”는 글을 올렸다. 한 평검사는 “뒤에서는 나랏님도 욕할 수 있지만 그것이 면전에서의 일이라면 삼척동자를 향한 삿대질 한 번에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조선시대 당쟁 때도 이런 일은 드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일선 검사들이 정치적 외압에 의한 사태로 받아들일 경우 검사들의 집단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상대 전 총장이 사퇴한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사건 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사퇴했고, 일선 검사들도 그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논리가 확산되면 검찰 조직의 독립성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한 부장검사는 “정말 이 정권이 무섭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며 “실체도 모르는 일로 물러난다는 것은 말문이 막힐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장검사 역시 “정권 의중에 충실해야 산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세게 전하는데 검찰 중립 문제는 물 건너갔다. 황 장관도 자리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일선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감찰 지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황 장관은 “(혼외아들) 보도 이후 의혹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검찰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감찰 지시는) 하루빨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흔들리지 말고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