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전격 사퇴] 靑과 조율없이 힘들어… 황교안 총대 멘 듯

입력 2013-09-13 18:06 수정 2013-09-13 22:24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한 직접적인 계기가 황 장관의 감찰 지시였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법무부 조상철 대변인은 13일 오후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배경을 설명하면서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장관께서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황 장관이 자신의 판단만으로 채 총장 감찰을 지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황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는 순간, 채 총장이 옷을 벗는 것은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황 장관이 청와대와의 조율,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없이 감찰 카드를 꺼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황 장관이 채 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총대를 멨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의 주체인 법무부 안장근 감찰관은 해외출장 중이다. 안 감찰관은 스웨덴 등 북유럽의 감찰기관과 법무부를 방문하고 15일 오전 귀국한다. 감찰 책임자도 없는 상태에서 검찰총장 감찰을 서둘러 발표한 급박한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황 장관이 채 총장과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황 장관은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놓고 채 총장과 갈등했다. 당시에도 황 장관의 수사지휘권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감찰 지시 역시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른 조치다. 법률상으로 황 장관이 문제될 부분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외견상 법무부 장관이 현직 총장의 옷을 벗긴 형태가 됐다. 황 장관은 앞으로 친정인 검찰 내부의 반발은 물론이고,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은 지난 6월 원 전 원장을 둘러싼 논란 당시에도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카드를 검토했었다. 채 총장이 사퇴하면서 황 장관의 감찰 지시는 유야무야됐다. 법무부 간부는 “채 총장이 옷을 벗었는데 감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