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 회장도… 징역 3년 법정구속

입력 2013-09-13 17:55 수정 2013-09-13 22:44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구자원(78) LIG그룹 회장이 13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법정구속되면서 법원의 ‘대기업 봐주기’ 관행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구 회장이 최종 결정권자로 LIG그룹의 경영에 관여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구속수감 중인 아들 구본상(43)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도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차남 구본엽(41) 전 LIG건설 부사장에게는 “(CP 발행에) 관여도가 없었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구 회장 부자는 2010년 LIG건설이 부도 위기에 놓인 사실을 숨기고 2151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 신용등급을 올렸고 기업회생신청을 준비 중인 사실도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LIG건설이 부도 처리되면서 CP를 매입한 투자자 800여명이 3437억원대 피해를 입었다. 구 회장과 두 아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재판부가 부자(父子)에게 동시에 실형을 선고해 구치소로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법원은 부자가 함께 기소될 경우 한쪽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법정 구속은 피해 왔다. 법원이 관행을 깬 것은 재벌 총수를 엄단하는 최근 흐름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은 과거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을 참작했다’며 재벌 총수들에게 공식처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2008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판결도 이 공식을 따랐다.

재벌 총수에 대해 달라진 흐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배임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경영 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등이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월 5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LIG 사건 재판부는 “CP 사기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기업 투명성을 저해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기업의 범죄를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여겨 엄단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의 영향도 있고, 재벌총수의 범죄를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을 한 것 같다”며 “당분간 이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