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장수와 1인 가구
입력 2013-09-13 17:30
아메리카 대륙의 잘록한 허리 부분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이 매우 적은 개발도상국임에도 장수국으로 유명하다. 환갑을 맞이하는 코스타리카 남성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22년으로, 미국이나 유럽보다 약간 긴 편이다.
특히 삼면이 태평양으로 둘러싸인 니코야 반도 노인들은 다른 코스타리카인들보다 2∼3년 더 오래 산다.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은 니코야 반도 주민들로부터 DNA를 채취해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양끝을 보호하는 부분으로서,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텔로미어는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는 표지로 사용된다.
텔로미어 조사는 니코야 반도에 사는 60세 이상의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 곳 주민들의 텔로미어 길이가 코스타리카인의 평균보다 더 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텔로미어 길이가 차이 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비만이나 혈압, 교육, 식습관 등의 생물학적·행동학적 요인들에 대해 모두 조사했다. 하지만 특별한 사항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만이나 혈압 같은 건강지표들은 니코야 반도 주민들이 다른 코스타리카인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문에 부닥친 연구진은 다른 요인에 주목했다. 사실 장수를 설명할 수 있는 비결은 여러 요인들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연구진이 주목한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가족 및 사회적 연대’였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가족 및 사회적 연대는 장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텔로미어 길이와 사회적 연대 간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발표되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다른 코스타리카 지역보다 가난해서 전통적인 농경사회 생활방식을 영위하고 있는 니코야 반도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지금 세계적인 흐름은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세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1990년 전체 가구의 9.0%였던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로 늘어났다. 지금은 가구 구성 형태상 4인 가구에 이어 2위지만,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3%로서 제일 많아진다는 전망이다. 유엔에서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막는 위협 요인이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