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20% 지방자치

입력 2013-09-13 17:30


무상보육 예산 문제로 새누리당과 서울시가 일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무상보육 추경예산 편성에 미온적이었던 서울시에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 장관, 서울시장이 참여하는 4자 공개토론에 응하라며 박원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박 시장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연달아 쏟아내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정치 공방’으로만 흐를 우려가 있다며 4자 토론을 거부하고 있다. 그보다는 국회에 계류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박 시장과 최 원내대표가 맞짱 토론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박 시장에 대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신경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무상보육 문제는 정쟁거리가 아니라 정책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주도한 복지사업의 재원을 지방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부담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 중앙과 지방이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새누리당, 민주당 출신 가리지 않고 전국의 모든 시·도지사들이 한목소리로 무상보육 사업에 대한 국고보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 사안이 중앙과 지방이 마주앉아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풀어야 할 정책 과제라는 걸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는 지방정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불만이다. 지방재정의 자율성 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5년 6월 자치단체장 선거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로 재출범 18년째를 맞는다. 민선 5기인데도 지방자치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말은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기반은 자치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대략 8대 2다. 전체 세금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1.7%에서 지난해 20.7%, 올해는 19.9%로 하락했다. 지자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98년 63.4%에서 올해는 51.1%로 떨어졌다. 올해 기준으로 244개 전체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5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90%인 220곳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들의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등 이전재원이 2016년에는 지방 세입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의 곳간만 바라보며 눈치 보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비와 지방비가 연동돼 함께 투입되는 복지사업이 확대되면서 지방의 재정 부담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자체가 지역을 위해 편성할 수 있는 자체사업예산 비중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지자체 자체 사업예산 비중은 2008년 42.3%에서 2010년 39.0%, 2012년 37.5%, 2013년 35.5%로 줄었다. 그만큼 지방정부의 재정 자치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런 현실을 ‘2할 자치’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서울시가 무상보육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무상보육 예산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빠른 시일 안에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혼란과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이 협력해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