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프로, 남자 이야기에 빠지다
입력 2013-09-12 18:48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대한민국 남자의 일대기를 알 수 있다. 군대 육아 가사 운동…. 거의 모든 남자의 일상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름 아래 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MBC ‘일밤-아빠 어디 가’에서는 육아에 어설픈 다섯 남자가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 맞닥뜨리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펼쳐진다. 아빠들은 자녀가 먹을 밥을 짓고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낸다.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기가 리얼하게 그려진다.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나 혼자 산다’는 대한민국 ‘싱글남’의 일상을 여과 없이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마찬가지다.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은 배드민턴 탁구 등 생활체육에 도전한 남자들이 운동으로 하나가 돼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케이블 채널 tvN을 통해 방영되는 ‘꽃보다 할배’는 평균 연령 일흔을 훌쩍 넘긴 남자 배우들의 여행기다.
이처럼 요즘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은 남자들의 생각과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요즘 시청자들은 ‘남자 이야기’에 열광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달라진 사회상과 수년째 방송가에서 유행 중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을 언급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가부장이 사라지고 남자들이 과거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못하는 시대 상황이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 입장에선 사생활이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리얼 예능’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을 다루는 게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