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듀오 ‘왕십리보이스’ 결성 김흥국 “중년층 위한 신나는 노래 한 곡 남기자고 의기투합”
입력 2013-09-12 18:48
왕십리. 콧수염. 축구.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은 바로 가수 김흥국(54)이다. 노래와 예능, 개그와 스포츠까지 섭렵한 그에게 ‘만능 엔터테이너 1세대’란 수식어는 손색이 없다.
이런 그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의 대표곡인 ‘호랑나비’(1989), ‘59년 왕십리’(1992)의 작곡가이자 밴드 배따라기의 멤버인 이혜민(54)과 최근 듀엣 활동에 나선 것. 팀명은 ‘왕십리 보이스(boys)’다.
12일 서울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흥국은 “혜민이가 ‘내 목소리와 노래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으니 노래 한 번 같이 불러보자’며 불을 지폈다”며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믿고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59년생에 서울 왕십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이혜민이 김흥국의 데뷔곡 ‘정아’(1987)를 작곡하면서 맺은 인연이 25년 넘게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평소 40∼50대 가요 팬들이 들을 노래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년들을 위해 신나는 노래 한 곡 남기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죠.”
그렇게 발매한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 ‘나는 사나이니까’는 두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터프한 고백’. 허스키한 목소리의 김흥국과 감미로운 톤의 이혜민이 1, 2절을 나눠 부른 뒤 후렴구에선 앙상블을 만든다. ‘생애 가장 멋진 봄날은 사랑하는 널 만난 것’ ‘너는 내 운명 너는 내 그림자 이 세상 끝까지 손놓지 않을게’ 등 서정적인 가사에 세련미와 남성미가 절묘하게 섞인 포크 록 장르다.
“사실 각자의 음악 스타일이 있어 작업이 쉽지는 않았어요. 듀엣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지만 서로 양보하고 팬들을 생각해서 내놓은 노래 선물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라이벌로 누구를 꼽겠느냐고 묻자 “2인조 남성 그룹 캔(Can)이나 노라조(Norazo)가 떠오르는데(웃음)…. 사실은 비슷한 연배의 라이벌이 나왔으면 한다”며 “중견 가수들도 위축대지 말고 더 활발히 활동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속 얘기도 털어놨다.
실제로 그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한 사람은 선배 조용필(63). 김흥국은 “조용필 선배님이 19집 앨범 ‘헬로(Hello)’를 출시한 뒤 전과 같은 사랑을 받는 모습, 팬들이 다시 모이는 광경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활동 계획을 묻자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더 잘 돼서 해외 공연까지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도 덧붙였다.
“10대 가수로서 자부심이 있는데 노래 부를 곳이 마땅치 않아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요. ‘왕십리 보이스’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성인 가요는 음원 판매도 적고 라디오나 TV에 자주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황무지 상태죠 사실. 가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희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