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삼보앙가 무정부상태
입력 2013-09-12 18:32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서남부 항구도시 삼보앙가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 세력이 수백명의 인질을 ‘인간방패’ 삼아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1만5000여명의 시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삼보앙가 인근 바실란섬 라미탄에서 정부군과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세력이 이날 오전 교전을 벌여 최소 5명이 행방불명되고 2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앞서 MNLF 세력 300여명은 지난 9일 삼보앙가 일대에서 필리핀 정부가 평화협정을 위반했다며 5개 마을을 기습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180여명의 민간인이 인질로 잡혔다. 또 정부군과 교전과정에서 최소 9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정부군은 이날 저격수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MNLF 세력을 격퇴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4일째 MNLF 세력과 정부군 사이에 무장충돌이 발생하면서 인구 100만명의 상업도시인 삼보앙가는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 각급 학교와 은행, 상점, 기업체가 문을 닫고 국내선 항공편과 배편 운항이 중단됐다. 이 지역 주민 1만5000명도 추가 유혈사태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피란길에 올랐다.
필리핀 정부는 최소 300명 이상의 병력을 추가로 삼보앙가에 투입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MNLF 세력의 추가 잠입을 우려해 함정 2척을 긴급 투입해 주변 해안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마리아 이사벨 클리마코 삼보앙가 시장은 “별도의 독립국가 건설을 요구하는 반군이 국제사회의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정부와 대화하길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인질로 잡힌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반군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