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통제안 美에 제공”

입력 2013-09-12 18:32 수정 2013-09-13 00:28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안전화 계획을 미국에 넘겼다고 영국 BBC가 러시아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국제 통제 아래 두는 계획을 미국에 넘겼다”며 “러시아와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2일 제네바에서 만나기에 앞서 11일 전화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양국이 유엔과 별개로 2자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담은 12일 시작해 13일 끝날 듯하지만 14일까지 연장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미국에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포괄적 내용보다는 진전된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케리 장관이 제네바에서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AL) 시리아 특사와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은 이날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어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프랑스는 이 자리에서 시리아 정부가 15일 안에 모든 화학무기를 자진 신고한 뒤 모두 폐기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 대상 목록에는 생물학적 무기와 관련 재료까지 포함시키자고 요구했다고 유엔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2일 시리아가 보유한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에 양도하기로 한 결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러시아 뉴스전문 채널인 러시아24 TV와의 인터뷰에서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통제 아래 두기로 결정한 것은 러시아 측 제안에 따른 것”이라면서 “미국의 위협은 이 같은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솔직하게 신고하지 않고 일부를 은닉하거나 폐기 절차를 순순히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덤 이렐리 전 바레인 주재 미국 대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연막작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