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2주년 워싱턴 도심… 오토바이 시위 VS 무슬림 시위
입력 2013-09-12 18:31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도심에서는 9·11테러 12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수천대의 오토바이들이 도심을 질주했다.
이들은 전국 규모의 오토바이 동호인 단체인 ‘투 밀리언 바이커스’의 회원들. 이들은 워싱턴 기념탑과 의회 의사당으로 이어지는 내셔널몰 인근에서 9·11테러 희생자에 대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앞서 내셔널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소(NPS)와 워싱턴DC 경찰국은 이들에게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경찰차 에스코트와 건널목 무정차 허가 등을 거부했었다.
‘투 밀리언 바이커스’ 회원들이 이날 수도에 몰려든 데는 9·11 희생자 추모 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슬람 로비단체인 ‘아메리칸 무슬림 정치행동위원회(AMPAC)’가 같은 곳에서 계획한 ‘두려움에 대항하는 100만 미국인의 행진’ 행사에 항의하겠다는 것. 이슬람단체에 ‘맞불 시위’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9·11테러 이후 이슬람계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집회를 계획한 AMPAC는 당초 행사명을 ‘100만 무슬림 행진’이라고 붙였다가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이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는지 정작 이날 행진에 모인 사람은 수십명에 불과했다.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는 “100만명 행진이 아니라 ‘21인의 행진’으로 불러야 한다”고 비꼬았다. 결국 이날 내셔널몰은 오토바이 동호인들로 북적였다. 10여년이 지났지만 미국 사회에 과격 이슬람단체가 일으킨 9·11테러의 상흔이 여전함을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