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김무성 우회 비판… 與 ‘차기 당권’ 경쟁 점화?

입력 2013-09-13 04:58

친박(親朴·친박근혜) 실세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 간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 원내대표가 김 의원이 주도하는 역사연구모임에서 나온 논리를 정면 비판하자 당내에선 벌써부터 차기 당권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최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사 교과서와 관련해 교육부가 8종 교과서에 대한 수정·보완을 결정했다”며 “무엇보다 국사 교과서가 좌우 (이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정치권도 이에 가세한 부분에 대해 우리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정치권의 가세’라는 대목이다. 전날 새누리당 의원들이 ‘우편향’ 논란이 있는 교학사 국사 교과서 저자를 국회로 불러 강연을 하게 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강연은 김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 주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를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한 김 의원을 지난 4월 국회 등원 전에 두둔했다가 눈총을 산 적이 있어 이번 발언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 원내대표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교육계가 독립적으로 왜곡된 교과서 내용을 교정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 비판이냐는 지적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의원도 최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고받은 뒤 측근에게 “원론적인 지적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당권을 놓고 두 사람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 최 원내대표 측의 견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친박 의원은 “최 원내대표가 안상수 전 대표, 황우여 대표처럼 내년 5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뒤 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당권 도전 얘기가 나오자 최 원내대표는 “지금은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역할 이상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청와대 기류도 둘의 구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당권을 접수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친박계 일각에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를 대항마로 내세우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최 원내대표를 새로운 카운터파트로 쓰려는 구상”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를 조기에 선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최·김 대립’ 구도와 맞물려 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어갈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황 대표 임기가 종료되고 지방선거 직전인 내년 5월까지 마땅한 인물을 못 찾으면 다시 박 대통령을 내세워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최 원내대표가 적임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