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국회회담’ 모양새·격 싸고 미묘한 논란
입력 2013-09-12 18:09 수정 2013-09-12 22:38
청와대 및 여야 간 회담 방식으로 12일 ‘8+3회담’이 새롭게 등장했다. 장소도 기존에 얘기되던 청와대가 아닌 국회로 바뀌었다. 회담 참석 범위와 장소는 회담의 격(格)과 의미를 내포한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8+3 국회 회담’이 당초 민주당이 요구한 청와대 영수회담 또는 새누리당에서 제안했던 ‘5+3 청와대 회담’보다 격과 의미가 한참 더 낮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8자 회담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국회부의장 2명,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4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당초 조율 중이던 5자 또는 3자 회담보다도 범위가 더 넓어진 것이다. 5자 회담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것이고, 3자는 여야 대표만 참석하는 회담이다.
아울러 8자 회담은 박 대통령과 국회 간의 ‘1+7’ 회담으로도 볼 수 있어 박 대통령의 위상을 한층 강화시켜주는 성격의 회담이 될 수 있다. 여당 출신인 국회의장을 여권으로 분류하면 여야 참석자 수도 5대 3으로 박 대통령 입장에선 보다 느긋한 입장에서 대화를 이끌 수 있다.
‘8+3’이라는 회담 순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이 막판까지 매달린 형식은 ‘영수회담 뒤 5자 회담’이었다. 박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단독회담에서 회담의 주된 목적인 국가정보원 개혁 등에 대해 만족스런 답변을 얻어내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후 5자 회담을 이어갈 명분도 생기고 박 대통령도 양자 회담 때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미 8자 회담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 대표가 재차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할 경우 아무래도 첫 대면할 때보다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8자 회담을 ‘워밍업 회담’, 3자 회담을 ‘본(本) 회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8자 회담에서 의외로 비중 있는 대화가 오가면 3자 회담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장소가 청와대에서 국회로 바뀐 것은 야당 입장에서는 ‘김’이 좀 새는 일이다. ‘야당 요구로 성사된 청와대 회담’에서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담판 짓는 모양새가 아니라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의 국회 회동 성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정 수반이 있는 청와대의 상징성도 커 국회보다는 청와대 내 만남이 회담의 무게감이나 의미를 더할 수 있다.
반면 박 대통령으로선 익숙한 청와대 대신 국회를 회담 장소로 한 게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런 부담을 우군(友軍)이 많은 ‘다자 회담’으로 상쇄하려는 취지도 있어 보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