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3자회담 제의] ‘국정원’ 포함해 한발 양보… 국회 방문도 野 배려 차원

입력 2013-09-12 18:03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국회로 찾아가 야당을 만나겠다는 입장과 회담 의제에 야당이 요구했던 국가정보원 문제를 포함시키겠다는 의사를 동시에 밝혔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이 야당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내놓으려 고심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일단 회담 장소를 ‘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국회로 제시했다. 대통령에 대한 반대·비판 입장을 포함해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을 엄연히 국민의 뜻으로 인정하고 경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정국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데다 청와대로 야당을 부를 경우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 야당에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겠다는 취지다.

또 박 대통령은 야당에게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온전히 복귀해 국회를 정상화해 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기회에 여야가 국회에서 자리를 함께하는 기회를 제안해 야당이 장외투쟁을 끝낼 수 있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주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한편으로 박 대통령은 야당이 일관되게 회담 의제로 요구했던 국정원 문제도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회담 형식은 ‘8+3’으로 국회의장단,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먼저 만난 뒤 곧바로 여야 대표들과 3자 회담을 갖자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은 “취임 후 대통령의 통치철학이자 신념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뒷거래나 부정부패와 관련한 어떤 것에 대해서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문제도 얼마든지 회담 의제로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대목이다.

3자 형식에는 회담 결과의 투명성을 보장받으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야당 대표와 단독 회담 뒤 사후에 서로 다른 말을 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회담 뒤 내용을 전부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는 정기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후반기에 추진하려는 경제적 성과가 물거품이 돼 민생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도 짙게 배어 있다. 3자 회담에 앞서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베트남 국빈방문의 성과를 설명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달 26일 제안처럼 ‘민생회담’이라는 수식어도 굳이 붙이지 않아 야당으로서 ‘그러면 우리가 하자는 얘기는 민생이 아니냐’는 불쾌감도 느끼지 않게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수석의 브리핑에 앞서 오전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8+3’ 회담을 제안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