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타고 있어요”
입력 2013-09-13 04:13
“겨우 입사한 회사에서 선배들은 ‘솔직히 우리보다 스펙이 훌륭한 애들인데, 기를 쓰고 들어오려는 것이 의아했다’고 합니다. 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데모’도 할 만큼 했지만 직장은 골라서 갔다는 선배들의 말이 믿기지 않습니다.”(30세 남성)
“여의도에 벚꽃 구경을 나왔다가 방송국이 보여 그 길로 원서를 냈다가 PD가 됐다는 학교 선배도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별 인기를 못 끌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저와 제 친구들은 ‘다시 태어나면 우리나라는 한국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합니다.”(29세 여성)
취업난과 전·월세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좌절이 보도(국민일보 9월 12일자 1·3면 참조)된 12일 독자들은 기자의 이메일로 많은 의견을 보내왔다. 대개 1980∼90년대생 청년들의 아우성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겨우 갚고 났더니, 이젠 자취방 값을 또 빌려야 한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통장에 찍힌 금액으로는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의 엄두가 안 난다”…. “‘2013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타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한 청년은 “정의를 위해 투쟁하던 386세대가 이제는 젊은 세대를 쥐어짜는 이기적 집단으로 변했다”고 기성세대에 대한 억하심정을 표출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각성이 먼저라는 비판적 시각도 결코 적지 않았다. 간절히 일자리를 구한다는 청년층이 막연히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생산직보다는 사무직만 선호하지 않느냐는 반문이었다.
한 50대 남성은 “여전히 부모의 지원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많은 2030세대들이 기성세대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낮은 사회참여 의식을 겨냥해 “투표를 게을리해 사회를 바꿀 기회를 걷어찬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과연 희망은 없을까. 금융당국 관계자는 “결국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저축에 있다”고 했다. 단순하되 무거운 이 진리를 묵묵히 실천하는 청년들도 본보 기사에 대한 반응에서 나타났다. 부모가 이혼해 16세 때부터 갖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절곡기에 손가락을 잃기도 했다는 31세 청년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본보 기사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난 174㎝에 49㎏이야. 자동차 부품 가게에서 무거운 물건들을 배달해. 부품을 지고 나를 때 사람들은 쓰러지겠다고 혀를 차고, 떨어뜨리면 ‘손가락도 없는 게 그렇지’라고 욕해. 그런데 난 행복해. 왜인 줄 알아? 저축하고 먹고는 사니까 항상 감사하게 사는 거야.”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