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교계, ‘WCC총회 합의문’ 발표

입력 2013-09-12 17:32 수정 2013-09-12 21:33


“① 1·13 선언문 폐기처분 한 적이나 결의한 바가 없다

② 신학자 4인 선정 신앙관 밝히겠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1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합의문(사진)을 발표했다. 합의문의 일부 문구를 놓고 양측이 해석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큰 가닥에서는 한국준비위와 한기총이 WCC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석자들이 서명한 합의문은 ‘1. 2013년 1·13 선언문에 대해 WCC 상임위원회는 폐기처분 한 적이나 결의한 바가 없다’ ‘2. 신학자 4인을 선정(양측 2인씩 추천)해 한국교회 앞에 우리의 신앙관을 발표하기로 한다’ 등 2개항으로 구성됐다.

지난 1월 발표된 1·13 선언문은 당시 한기총의 홍재철 길자연 목사와 준비위의 김삼환 김영주 목사가 합의한 것으로, 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반대, 개종전도금지주의 반대, 성경 66권의 무오성 천명 등 4개항이 담겨 있었다. 양측은 이를 바탕으로 WCC부산총회를 위해 협력하려 했으나 김영주 목사가 파기를 선언함으로써 무산됐다.

한기총은 이날 모임에서 1·13 선언문과 관련, “1·13 선언문을 폐기한다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준비위 측은 “WCC준비위 상임위원회에서는 선언문을 폐기하거나 채택하거나 공식화한 적이 없다”고 설명해 합의문구 1항이 작성됐다.

양측은 조만간 새로운 선언문을 작성해서 발표키로 합의하고 이를 2항에 담았다. 모임에 참석한 김성광 목사는 “양측이 2인씩 추천해 4인의 신학자들이 검토 작업을 거친 뒤 도출한 선언문을 갖고 양측 대표들이 다시 만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삼환 목사는 조찬모임 인사말에서 “WCC 총회를 4년간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며 “세계 복음화의 사명을 갖고 우리 세대에 좋은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홍재철 목사는 “WCC 측에서는 부산 총회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도 총회를 막거나 반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오직 예수 십자가의 부활만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면 좋은 합의점이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합의문 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기총측 참석자인 이건호 목사는 “모임 전에 몇 번 만나 대화를 했으며 양측이 이해관계가 맞아 오늘 모임을 갖게 됐다”며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준비위측 참석자인 손인웅 목사는 이날 오후 1시 한국준비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CC부산총회를 40여일 앞두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WCC에도 유익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WCC총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찬모임에는 한국준비위 측에서 김삼환 박종화 손인웅 김인환 이광선 이영훈 장상 목사와 박경조 주교, 한기총 측에서는 홍재철 길자연 이강평 김성광 이건호 이승렬 목사 등이 참석했으며 만장일치로 합의문을 채택한 뒤 서명했다.

유영대 백상현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