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자 회동으로 추석 前 막힌 정국 풀기를
입력 2013-09-12 18:24
허심탄회하게 국정현안 논의한 뒤 정기국회 정상화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번 회동이 반드시 성사돼 열흘 넘게 닫혀 있는 정기국회의 문을 열고 민생을 위해 분투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이 그간 여야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수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야당도 이미 동의한 적이 있던 3자 회동을 수용한 것은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 책무를 무겁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 제의를 한 것도 정국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장단과의 회동 이후 3자 회동을 갖게 되고, 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순방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 정도는 야당이 수용할 범위 내에 있다고 보여진다.
3자 회담이 열리면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개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제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없다고 본다”고 밝힌 만큼 여야 수뇌가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포괄적인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선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은 구 여권 휘하였고, 박 대통령은 선거 국면에서 불거진 댓글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당시 여당 후보였고 현재 국정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포괄적인 유감을 표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의 정치나 선거 개입은 용인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분명히 하고 개혁의 방향과 절차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개혁 문제는 3자 회담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핵심적 사안이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제도화하되 국정원의 특수성은 감안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국정원 문제를 지나친 정치공세의 재료로 활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정원 자체 개혁안은 무조건 거부하겠다는 것도 합리성이 떨어진다. 국정원 개혁안을 받아보고 틀리거나 미흡하면 국회에서 바로잡는 것도 방법이다.
민주당은 3자 회동을 계기로 44일째 계속 중인 장외투쟁은 정리하는 게 옳다.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을 계기로 돌입한 장외투쟁은 국정조사가 이미 마무리된 시점에서는 명분이 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게 되면 복귀의 모멘텀을 잃고 비정상적 국면이 장기화되기 십상이다. 동력이 약화된 장외투쟁을 추석 이후까지 끌고 가는 것은 민심 이반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야당은 마비 상태에 빠진 정기국회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개회식만 한 채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정기국회에 등원해 결산안과 예산안을 심의하고 행정부 업무를 감사하고 민생 법률안을 다루는 국회 본래의 기능을 속히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