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맹경환] 해외서 차별받는 중국인

입력 2013-09-12 17:50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싱가포르에서 지난해 11월 파업을 벌였던 중국인 버스 기사들의 이야기를 심층 보도했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버스 기사들은 싱가포르 국영 버스·철도 운행업체 SMRT에서 근무하는 171명으로 모두 중국 본토에서 ‘수입’된 노동자들이었다. 지난 26년 동안 파업을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체제를 위협하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말 현재 127만명으로 전체 노동인력의 28%를 차지한다. SMRT는 2007년 말부터 중국인 기사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체 2000명의 기사 중 44%가 외국인이고 이 중 절반가량인 450명이 중국인이다. 노동이민 증가로 인해 싱가포르 인구도 2000년 이후 32%나 늘었다고 한다. 경제도 좋아졌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6%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은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정체라는 부작용에 더 주목하고 있다.

리센룽 총리는 싱가포르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요약했다. 최근 연설에서 그는 “싱가포르는 두 개의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고, 부족한 아이를 위해 이민자가 필요하지만 과밀과 혼잡, 정체성 유지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인을 향해서는 ‘인간쓰레기’라는 모멸적인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 기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임금은 싱가포르인이나 말레이시아 출신의 기사에 비해 20%가량 적게 받는다. 보통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8명이 한방을 쓴다. 위생 상태도 문제지만 사생활 보장이 될 수 없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87만1000명의 중국인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의 차별이 싱가포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중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사이 ‘중국’은 잘 나간다. ‘경제 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 영토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돈육업체 스미스필드와 최대 리조트그룹인 프랑스 클럽메드의 인수를 발표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2020년에는 1조∼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는 마찰과 논란은 버스 기사들의 파업과 오버랩된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는 그리스 피레우스항의 화물 터미널 운영권을 갖고 있다. 중국의 손에 넘어간 이후 화물 처리 능력은 3배로 늘었지만 그 과정에서 현지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열악해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 개발에 합의했다. 당시 그린란드는 자국 국민이 적용받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입을 허용하도록 법을 고쳤다. 중국이 제시한 투자의 전제 조건이었다. 그린란드의 최저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자국 노동자 수천명이 그린란드의 ‘높은’ 임금을 받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싱가포르 버스 기사들 파업의 결말은 암울했다. 파업을 주도한 29명은 추방됐고 5명이 기소됐다. 중국 정부는 현지 대사관을 통해 중재에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추방 결정이 내려진 이후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유감 표명뿐이었다. 투자국의 법까지 고쳐가며 낮은 임금으로 자국민을 데려다 쓰려는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맹경환 국제부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