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성남보호관찰소
입력 2013-09-12 17:41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의 주요 장애물 중 하나가 이른바 ‘눔프(NOOMP·Not Out Of My Pocket)’현상이다. 복지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으로 돈이 나가는 건 반대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초 정부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산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발표했다가 ‘원점 재검토’ 후 수정안을 내놓은 것도 중산층의 조세저항이 거셌기 때문이었다. 물론 세제 개편안 발표 이전에 세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이 더 컸다.
원자력발전소 같은 시설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현상은 눔프현상과 거의 동일어다. 각종 갈등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님비 현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백지화된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사태에도 님비현상이 있다. 보호관찰소의 서현동 이전을 무산시킨 분당 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아이들 안전을 지키려는 행복추구권의 발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호관찰소를 공포시설쯤으로 여기며 집회와 자녀 등교 거부 등을 통해 다른 곳으로 밀어낸 것이 님비현상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세금 파동처럼 이번에도 정부의 행태가 더 큰 문제다. 성남보호관찰소의 경우 주민 반발 때문에 2000년 성남 수진2동에서만 세 차례 이사했고, 구미동과 야탑동으로의 이전 계획은 무산됐다. 그 때문인지 서현동으로의 이사는 새벽에 군사작전하듯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인근 주민들이 단순한 반발 수준을 넘어 분노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근시안적 결정이었다. 분당신도시 조성 이래 최대 인파가 모여 정부를 성토하자 긴급 당정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당 대표가 성남보호관찰소를 재이전하라며 법무부를 압박했고, 결국 법무부는 사태발생 5일 만에 보호관찰소 서현동 이전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좀체 보기 힘든 코미디다.
성남보호관찰소 새 청사는 민·관·정 합동기구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지가 훼손된 보호관찰소를 어느 동네 주민들이 흔쾌히 받아들이겠는가. 더욱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높이면 혐오시설 이전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됨에 따라 님비현상의 확산마저 우려되고 있다. 성남의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과 인천, 원주의 보호관찰소 주변 주민들이 들썩이고 있다고 하지 않나.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