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시대 온다… 2020년 상용화 목표 개발 경쟁 불붙었다

입력 2013-09-12 17:44

시력의 95%를 잃은 스티브 메이한씨가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한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Vehicle)인 ‘구글카’ 운전석에 올라탄다. 자동차는 스스로 시동을 걸고 핸들을 돌려 패스트푸드점, 세탁소 등 실생활에 필요한 장소로 메이한씨를 데려다준다. 메이한씨는 핸들 한번 잡지 않은 채 “내가 해본 운전 중 최고”라며 찬사를 보낸다.

지난해 3월 구글이 연구해 공개한 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을 담은 동영상 내용 중 일부다. 사람의 조작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구글은 2010년 관련 기술을 처음 선보이며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가속화시켰다.

완성차 업체도 앞다퉈 뛰어들면서 ‘자율주행자동차 전쟁’이 뜨겁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디어 나이트에서 “지난달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 차량을 이용해 100㎞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며 “도심과 시외에서의 두 가지 교통 조건 모두에서 자율주행의 실현 가능성을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증명해 보였다”고 발표했다. 토마스 웨버 연구 개발 총책임자는 “오는 2020년까지 양산 차량에 자율 주행 기능을 실현하는 첫 제조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보다 앞서 닛산도 지난달 27일 2020년까지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유수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닛산은 전기자동차인 ‘리프’를 개조한 자율주행자동차를 공개했다. 운행 중 사람이 튀어나오는 등의 돌발 상황을 가정한 시험 주행도 공개했다. 닛산은 10∼12년 이내 자사의 전 차종에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해 법규제가 정비된 국가부터 판매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내년에는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장도 완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도요타, 아우디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기술이 장착된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GM, BMW, 콘티넨탈 등도 앞 다퉈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와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성장 전략에 ‘자동주행시스템 실현’을 포함하며 2020년에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토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은 네바다 주를 포함한 3개 주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을 허용한 후 차츰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 및 교통 환경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선보일 2020년 첫 해 판매는 8000대뿐이지만 이후 판매가 급속히 늘어 세계 3대 시장(북미, 서유럽, 아시아·태평양) 기준으로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85%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5년 전 세계 4%에 불과한 자율주행차량이 2035년에는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가 2040년에 전 세계 차량의 75%가 자율주행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보다 5년 앞당겨진 것이다.

허지만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기술 수준은 아직 선진국과 거리가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장비인 레이더 등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기술 개발 경험이 적어 선진국과 5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나 목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관계자는 “차간 거리 제어 시스템, 보행자 회피 기술 등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에 관련된 개별 기술들은 우리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각 기술을 통합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는 움직임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