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 이름 기억하기, 거북이는 해낼까

입력 2013-09-12 17:26


마법의 나무 보자비/글 다이앤 호프마이어·그림 피에트 그로블러/여유당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옛이야기입니다. 마른 바람이 훑고 지나가 타들어가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있었던 일이지요.

더위에 지쳐 먹을 것을 찾아 떠난 코끼리, 기린, 얼룩말, 원숭이, 거북이가 ‘달콤한 망고 향이 나고, 멜론처럼 크고, 석류처럼 즙이 많고, 빨갛게 익은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 나무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거대한 비단뱀이 칭칭 감고 있어요. 제발 열매를 먹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비단뱀은 나무 이름을 말하면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밀림의 왕’만이 알고 있는 나무 이름을 말이지요.

가장 빠른 얼룩말이 우쭐대며 밀림의 왕 사자에게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무 이름을 까먹고 엉뚱한 이름을 말하지 뭐예요. ‘얼룩말보다 똑똑하다’는 원숭이도, ‘기억력이 좋은’ 코끼리도 모두 모두 실패했어요. 이제 작고 느린 거북이의 차례, 거북이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요?

잘난 척 하던 동물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웃음이 빵 터지고, 거북이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가르쳐준 기억법’이 만든 유쾌한 결말에 또 한번 웃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아프리카에선 이야기를 말해주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버전이 있대요. 책으로는 1923년 에디스 리커프가 ‘보자비 나무’라는 제목으로 처음 펴냈어요.

작가 호프마이어는 가봉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택한 뒤 웃기는 이름과 운율을 살려 어린이용으로 고쳐 썼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리듬감을 살리려고 아프리카의 엄지손가락 피아노 음비라와 타악기를 쓴다는 작가처럼, 신나게 리듬을 살려 큰 소리로 읽어주세요. 리듬을 타고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유쾌한 웃음 바이러스 덕분에 다들 깔깔깔 웃게 될 거예요. 최영옥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