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 텃세 이길까

입력 2013-09-11 18:27

지난달 8일 취임 후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당면과제는 ‘인맥 넓히기’였다. 외교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벗어나기 위해 한 달여 동안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열심히 인사를 다녔다. 재차, 삼차 방문해 의원 전원의 ‘눈도장’을 찍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박 수석의 무기는 여야 의원들 ‘민원’ 들어주기였다. 성공한 것도 있다. 하지만 실패한 민원을 놓고선 뒷말도 나온다. 2013년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대통령 초청 건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가 개막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국가원수급 의전을 받는 반 총장과 동석해봐야 대통령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 수석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대신 참석시키기로 하고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총리실도 청와대와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 지도부와 상의도 않고 야당 소속 지사의 청탁부터 챙겼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무 초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의원들의 ‘텃세’에 고전해온 박 수석이 본격적인 업무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왔다. 11일 귀국한 박 대통령에게 ‘부재중 업무보고’를 한다. 박 수석은 내용에 “추석 전 야당 대표와 만나야 한다”는 정국 해법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무수석이 타이밍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며 “추석 밥상머리에서 ‘고집 센 대통령’이 화제가 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 혹은 다음주 초가 회동의 적기”라며 “국정원 개혁을 의제에 포함할지에 대한 대통령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