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2030] 2030, 점점 사라져가는 꿈
입력 2013-09-12 06:07
4년간 일하던 커피 전문점 카페베네에 지난달 사직서를 내고 다른 일자리를 찾던 김서현(가명·30·여)씨에게 지난 9일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편지는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이사 명의로 돼 있었다. “위탁경영의 취지와 사정을 충분히 사전에 설명했어야 했는데, 운영에 미숙함이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직원들을 가슴 아프게 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사직서를 낼 때 그랬듯 김씨는 다시 세상의 냉정함에 주저앉았다.
청춘을 바친 직장이 김씨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짤막했다. 2009년부터 카페베네 서울시청 프레스센터지점에서 점장으로 일하던 김씨는 지난 7월 31일 예정에 없던 인사발령 통지를 받았다. 경기도 동두천 직영매장에서 관리직 업무를 수행하라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동두천은 서울 집에서 출퇴근 왕복 4시간, 사실상의 해고 통지였다.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 감사하면서 뜨거운 에스프레소 기계에 부딪혀 화상을 입은 것도 모른 채 늘 웃으며 일하던 김씨였다.
카페베네는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7월 직영매장을 위탁매장으로 전환하면서 관리직 10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이 해지된 이들은 대개 20·30대 초반 청년이었다. 시민단체들이 부당해고임을 주장하며 운동을 벌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씨는 오랜 시간을 ‘투쟁’에 투자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절박해 다른 일자리를 급히 구해야 하는 청년들은 김씨처럼 스스로 사직서를 냈다.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30’ 청년층의 신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취업문을 뚫어도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만하다. 겨우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면 어느새 무섭게 솟아오른 전·월세가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얇아진 지갑만큼 희망도 희미해진다.
각종 통계는 이들의 좌절을 증명한다. 11일 국세청과 통계청,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취업자 감소 폭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하다. 2008년 말에 비해 지난달 20·30대 취업자 수는 각각 6.76%, 4.51% 줄었다. 40대(1.54%), 50대(31.28%) 취업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국세청에 연말정산을 신청한 20대와 30대 근로소득자의 2011년 급여는 2007년과 비교해 각각 7.21%, 7.88%나 감소했다. 고령화에 민감한 기성세대는 50대 베이비부머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작 향후 한국사회를 짊어질 2030세대의 신음에는 둔감하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