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 어렵고… 미국인들 ‘인터넷 입양’ 성행

입력 2013-09-11 18:13

라이베리아에서 입양한 키타를 키우며 양육에 애를 먹던 토드 퍼챌라·멜리사 퍼챌라 부부가 아이를 다른 가정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건 5년 전의 일이다. 고민하던 부부가 인터넷에 양부모 구인(?) 광고를 낸 지 이틀.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부부는 위스콘신에서 일리노이주 웨스트빌까지 6시간 자동차를 운전해 아이를 인도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입양 절차를 마쳤다. 아이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못하고, 행동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을 했음에도 선뜻 입양에 나선 새 양부모의 신원 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키타는 당시 16세였다.

아이를 ‘양도’ 받은 건 캘빈 이슨·니콜 이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30대 부부였다. 아내인 니콜은 정신병으로 당국에 친자식의 양육권을 박탈당한 전력이 있었다. 부부가 아동 성학대로 고발당한 적도 있다. 당국에 신고하거나 변호사가 입회하는 등의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양부모로 부적합한 부부에게 아이가 간 것이다. 이들은 다 큰 키타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가 하면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퍼챌라·이슨 부부처럼 인터넷 광고를 통해 아이를 몰래 입양하는 미국의 부모들이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포털사이트 야후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 지난 5년간 올라온 글을 분석한 결과 입양아의 새 가정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실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중 상당수가 불법 입양이지만, 공증받은 위임장 한 장이면 입양아를 다른 가정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한 법률 탓도 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아프리카 등 전통적인 ‘입양수출국’들이 최근 입양 요건을 강화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