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러시아 ‘분쟁 해결사’ 등장… 화학무기 제거 카드 주효

입력 2013-09-11 18:13

시리아가 화학무기 포기 방안을 수용키로 하면서 이를 제안한 러시아가 분쟁 해결사로 떠올랐다. 시리아를 전쟁위기에서 건져내고 시리아를 둘러싼 국가 간 논쟁까지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국제경제·국제관계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게오르그 미르스키는 “이번 중재안은 지난 2년 반 동안 러시아 외교가 내놓은 시리아 관련 계획 중 유일하게 명석하고 기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러시아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화학무기 억제 방안이 처음 거론된 시점은 1년여 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해 6월 18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접근 방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고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USA투데이에 말했다.

시리아 문제가 실무진 차원에서 다시 논의된 건 올해 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4∼5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시리아 문제를 의논했다. 이들은 국제협약 아래 핵프로그램을 폐기한 리비아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 두 사람은 지난달 2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참사 이후에만 9차례 시리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국제 결의안을 이용한 방법을 찾자는 아이디어를 거듭 제시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오바마는 이 방법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공식적인 시리아 화학무기 포기 제안은 지난 9일 케리 장관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이후 케리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화해 “미국은 이런 제안을 포용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도 “믿을 만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통화가 끝나자마자 러시아가 기꺼이 시리아 화학무기 억제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