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시아 이견 노출… 시리아 외교해법 안갯속
입력 2013-09-11 18:12
무력응징에서 외교적 해법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던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가 하루 만에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조건으로 서방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중재안에 국제사회가 쉽게 동의했지만 ‘각론’에 들어가자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이 부딪쳤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이 해법이 현실화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해지고 있다.
유엔은 10일(현지시간) 오후 4시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어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취소됐다. 미국과 영국 동의 하에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결의안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외부에 공개하고, 이를 국제 감시 하에 두되 이행하지 않을 때는 군사제재에 나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개입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의 무산 직후 프랑스는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가 수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유엔 결의안은 강력해야 한다”며 “시리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벌어 (이번 사태가)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시리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장관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중재안과 유엔 안보리 재소집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케리 장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와 관련,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행한 시리아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외교적 노력을 하는 동안 군사개입을 유보하겠다. 의회에 시리아 제재결의안 표결 연기를 요청했다”면서도 러시아의 중재안이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재안이 성공할지 예상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만약 외교가 실패하면 대응에 나서기 위해 미군에 군사개입을 위한 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분간의 연설에서 “우리가 이번에 행동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아사드 정권과 이란의 독재자가 비인도적인 행위를 할 때 결코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시리아 군사공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