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기업으로만 몰린다… 기업 시중통화량 증가율 8.3%로 가계의 3배 넘어
입력 2013-09-11 18:01 수정 2013-09-11 22:37
시중의 돈이 가계 대신 기업으로만 흘러들어가고 있다. 기업 이익이 월급 등으로 가계에 배분되는 비중이 낮아진 데다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고 곳간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11일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시중통화량(M₂) 증가율이 2.5%에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의 M₂ 증가율은 8.3%로 3배가 넘었다. 한은이 경제 주체별 통화통계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M₂는 단순 현금 외에도 언제든 결제 자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 등을 포괄하는 유동성 지표다. 현금 등의 협의통화(M₁)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시장형 상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가계와 기업의 M₂ 증가율은 지난해 6월까지도 각각 4.1%, 6.6%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가 극심해진 지난해 12월 가계의 밬 증가율이 3%대로 떨어진 뒤 지난 6월엔 2%대까지 하락했다.
반면 기업의 M₂ 증가율은 지난해 말 4%대에서 지난 5월에는 8%대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1년 새 가계의 금융자산이 급격히 줄어든 데 반해 기업 곳간에는 넘쳐나는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실제 기업이익 중 근로자 임금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61.3%에서 2010년 58.9%로 내려간 뒤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새로 창출되는 부가가치 중 기업의 몫이 커지고 가계의 몫이 작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춤했던 가계 부채도 지난달 휴가비 등 영향으로 상승폭을 키었다. 한은의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대출은 증가폭이 감소했지만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증가 규모는 7월 1000억원에서 지난달 1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휴가철에는 자금수요가 늘면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