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김중겸 韓電 사장 선임에 개입”

입력 2013-09-11 17:53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김중겸 전 한전 사장 선임에 ‘힘’을 썼다는 증언이 나왔다. 홈플러스의 무의도 연수원 공사와 관련해 산림청에 압력을 넣은 사실도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1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 내정되기 한 달여 전인 2011년 7월 18일 ‘지금 김 사장 접촉 노출하면 좋지 않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황씨에게 보냈다. 이들 세 사람은 앞서 같은 해 4월 23일 함께 골프를 쳤다. 황씨는 “(골프 회동으로) 구설수가 나올 것을 경계한 것 같다”며 “김 전 사장이 원 전 원장에게 직접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한전 사장을 희망한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후 자신의 부인에게 ‘내일은 김중겸 한전 사장 될 것’이라는 문자도 발송했다. 황씨는 “원장님이 그렇게 얘기해서 문자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2011년 7월 한전 사장직에 응모, 같은 해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장으로 일했다.

황씨는 ‘무의도 연수원’과 관련해 원 전 원장에게 금품을 준 사실도 시인했다. 홈플러스는 2009년 무의도에 연수원을 건설하려 했으나 산림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황씨는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의 부탁으로 자리를 마련했고 ‘(산림청 건을)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7000만원을 2009년 7월과 9월 와인박스에 담아 원 전 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황씨에 따르면 이후 원 전 원장은 황씨에게 “산림청장을 만나보라”고 했고, 황씨 주선으로 이 사장이 산림청장을 만났다. 황씨는 원 전 원장에게 모두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사실도 인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원 전 원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한 황씨의 수첩이 공개됐다. 수첩에는 김 전 사장 외에 금융계 인사와 유력 중앙 일간지 사장 등이 적혀 있었다. 황씨는 “식사 약속을 잡고 원 전 원장이 선택한 사람을 모임에 부르곤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수첩을 황씨가 다른 사람의 로비를 위해 원 전 원장에게 청탁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