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까지 병상 다닥다닥… 치료 손 놓은 치료감호소
입력 2013-09-11 17:53 수정 2013-09-11 22:23
지난 9일 찾아간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공주 치료감호소)의 병동 상황은 ‘극과 극’이었다. 텅 빈 병동들을 지나자 간이침대로 꽉 찬 501호 병동이 나왔다. 치료감호소 이경희 간호과장은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50명이 적정 인원인데 이곳에는 82명이 수용돼 있다”고 했다. 65평(216㎡) 남짓 되는 이 남성 병동은 감시를 위해 높이를 낮춘 콘크리트 벽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었다. 벽 옆에는 82개의 낡은 철제 침대들이 20㎝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침대는 복도와 휴게실 문 앞까지 점령해 ‘야전병원’을 연상케 했다. 불을 꺼놓아 어두운 병동에서 수감자들은 발을 쭉 뻗기도 힘들 만큼 작은 침대 위에 움츠리고 누워 있었다. 공간이 없어 매트리스만 놓고 생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텅 빈 병동’과 ‘꽉 찬 병동’이라는 극과 극 상황은 인력 부족 때문에 빚어졌다. 이 과장은 “병동을 관리·감독할 인원이 부족해 다른 병동을 비우고 한곳에 최대한 많은 수용자들을 몰아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문을 연 공주 치료감호소는 심신장애, 약물·알코올 중독, 정신 성적 장애(성도착증)가 있는 범죄자들을 수용·감호하고 치료하는 곳이다. 법원·검찰·경찰 등에서 의뢰할 경우 형사정신감정도 수행한다. 여기서 수감자들은 사회적응 교육과 재범방지 치료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시설이다. 하지만 고질적 인력 부족으로 ‘치료’보다 ‘감호’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료감호소가 일반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치료감호소 관계자들은 그중 의료 인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치료감호소 이재우 병원장은 “수용 인원은 매년 60∼70명 정도 늘어나 현재 1165명에 이르는데 의료 인력은 100명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병동 하나를 늘리는 데는 간호직 7명이 충원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공무원 수를 늘리지 않기로 하면서 치료감호소에는 인원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치료 업무를 맡고 있는 의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주 치료감호소에 있는 정신과 전문의는 9명이다. 한 명당 90명 이상의 수용자를 관리하는 셈이다. 전문의를 더 선발하려 해도 보수가 민간 병원의 3분의 1 수준이라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치료감호소의 심금숙 인성치료재활센터장은 “내가 맡고 있는 수감자만 110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감호소 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재범방지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회에 다시 내보낼 수 있겠나. 이래서는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현재 5급으로 돼 있는 전문의들의 직급을 4급으로 올려 보수 면에서 민간 병원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재범률을 낮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주=글 사진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