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만큼은 ‘따뜻한 금융’… 나눔행사 잇따라
입력 2013-09-11 17:45 수정 2013-09-11 22:39
9월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바람이 제법 서늘해졌지만 지난 10일 서울 돈의동 한 교회에 모인 60여명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파란 조끼를 맞춰 입은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상자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담았다. 쌀, 세제, 즉석밥, 김, 햄 등 주방을 사용하기 힘든 쪽방촌 사정을 고려한 물품들을 챙기는 손길은 분주하면서도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꼼꼼했다.
이날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은 추석을 앞두고 외롭게 명절을 보낼 쪽방촌 사람들에게 전달할 추석선물세트 1400개를 만들고 직접 전달했다. 직원들은 2인 1조가 돼 10㎏에 육박하는 선물세트를 들고 좁은 골목길을 돌면서 독거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을 전했다.
한 평 남짓한 방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던 이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뜻밖의 손님들 덕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찾아온 사람들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했다.
한 회장은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쪽방촌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임진각 망배단에서는 평생 그리워하면서도 갈 수 없는 고향을 둔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버스에서 내린 백발이 성성한 70·80대 노인들은 북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글썽였다.
NH농협금융지주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실향민 120여명은 생사조차 확인할 길 없는 북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통일의 소망을 담은 리본을 철조망에 묶었다. 이들은 북을 향해 “이제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강해라. 다음에도 살아서 보자”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금융사들이 최근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나서는 사회공헌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5년 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인들에게 덧씌워진 ‘탐욕’의 이미지를 지우고 ‘따뜻한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사회의 그늘을 찾아가는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신한과 NH농협 외에도 IBK기업은행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 상품권 36억원어치를 구입해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주변 사회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송편 빚기와 쌀 나눔 행사를 통해 나눔 활동에 나선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