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공부 동시에… ‘한국형 듀얼시스템’ 도입한다
입력 2013-09-11 17:54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인문계고.’ 2017년 여름. 중 3인 성수는 고교입시 전형요강이 발표된 뒤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성수는 머리가 좋아 학습 능력이 뛰어나지만 공부엔 열의가 없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인문계고로 진학해 대학에 들어가서 직장을 잡을 때까지 아무리 빨라도 6∼7년은 걸린다는 것도 안다. 또 엄청난 대학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고, 대학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망설이던 성수는 엄마가 들려주는 ‘엄친아’ 얘기를 듣고 특성화고로 마음을 굳혔다. 듀얼시스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엄마 친구 아들이고, 성수보다 세 살 많은 재원이는 특성화고를 졸업하자마자 S기업에 취업했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3학년 때 S기업 듀얼시스템 훈련생으로 뽑혔고, 이후 회사에 출근하면서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졸업하기 전엔 훈련생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배웠고 졸업과 동시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는 것이다. 대졸자들도 어렵다는 S기업에 취업한 것도 부러웠지만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남들은 군대에 가 있을 동안 월급 받고 일하면서 출퇴근할 수 있고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학에 가고 싶으면 사내 대학을 이용해 학점을 이수하면 대학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성수는 특성화고에 진학해 열심히 기술을 배워 S기업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한국형 일·학습 듀얼시스템(이하 듀얼시스템) 도입 계획’이 성공했다는 가정 아래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 이야기다. 노동부는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해서 기업 현장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대학 학위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훈련 제도가 도입된다”고 밝혔다.
듀얼시스템은 독일을 기술 강국으로 만든 핵심 교육제도인 ‘듀알레(Duales system) 시스템’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변형한 것이다. 독일은 듀알레 시스템 덕분에 청소년의 55%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훈련 과정을 선택한다. 학생들이 불필요한 스펙을 쌓지 않고 이른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산학(産學) 연결 구조다.
정부는 오는 12월 듀얼시스템 1기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보유한 50개 기업이 특성화고 졸업반 학생을 훈련생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훈련생들은 근로자 신분으로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고 급여를 받으면서 교육을 받게 된다. 기업 또는 외부전문기관의 평가를 통과하면 훈련생들은 고교 졸업을 인정받게 된다. 성적이 우수한 훈련생들은 기업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정부는 2017년까지 듀얼시스템을 통해 1만개 기업에서 10만명의 훈련생들을 육성할 계획이다. 훈련생 중 70∼80% 정도가 해당 기업 또는 동종 업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게 노동부의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