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정부세종청사 ‘낮술 주의보’

입력 2013-09-12 06:09


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 사거리에 때 아닌 교통체증 현상이 발생했다. 세종경찰서가 점심시간에 맞춰 불시 음주단속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음주단속 지점은 좌회전하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입구로 바로 연결돼 주로 청사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는 공무원들의 단골 통로다. 세종시 출범 이후 청사 앞 도로에서 대낮 음주단속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찰서 관계자는 11일 “세종시 출범 이후 공무원과 외부 공사인력들 사이에 ‘세종시는 음주단속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어 경고 차원에서 주간 음주단속을 처음으로 실시했다”며 “다행스럽게 이날 적발된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상주 공무원들은 청사 구내식당보다 공주, 조치원 등 인근 지역으로 차를 몰고 점심을 해결하면서 종종 반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정부와 세종시 간에 올해 말까지는 음주단속을 자제하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과천청사 시절보다 많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아직 교통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세종시는 지난해 1년간 630건이던 교통사고가 올해는 8월 말까지 530여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서는 공사차량의 난폭운전과 함께 공무원 등의 음주운전이 횡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음주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도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세종시 공무원 공직기강 확립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안전행정부와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기간 중 근무시간 이행을 점검하라는 업무연락을 각 부처에 하달하기도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