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징금 미납자 이익도 몰수하고 노역시켜야
입력 2013-09-11 17:37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한 추징금을 모두 내기로 약속한 것을 계기로 관련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해 다른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금 1672억원을 완납하겠다고 했지만 ‘검은 돈’을 활용해 불린 재산이 만만치 않다. 통계청 생활물가지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1997년의 1672억원이 2012년엔 2685억원에 달한다. 1672억원을 연리 5%로 16년간 굴렸다면 불어난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진다. 금싸라기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이익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애당초 ‘검은 돈’이 없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수익이다.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 전 임원들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3조원을 웃도는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최근 김 전 회장의 아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베트남에서 부동산 사업을 벌여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데도 지난해 은닉 재산의 일부가 드러나 830억원을 강제 추징당했던 김 전 회장은 재산이 없다며 추징금 납부를 외면하고 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과 김종은 전 신아원 대표가 추징금 1963억원을 내지 않은 것을 포함해 수백억원 이상의 추징금 미납자만 여러 명 된다.
범법자들이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초호화 생활을 하는 것을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를 압박한 것처럼 특별팀을 구성해서라도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야 한다.
범죄자가 버티면 버틸수록 이문을 남기는 현행법으로는 추징금을 빨리 내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관련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영국은 2002년 마약조직범죄자와 부정부패 사범이 납부해야 할 추징금을 활용해 이자 수익을 냈을 경우 그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범죄수익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추징금 미납자의 이자 수익을 환수하거나 법정이자율 수준의 가산금을 물릴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범법자가 앉아서 떼돈을 벌도록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징금을 이용해 불어난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추징금을 낼 여력이 있는데도 무작정 버티는 범법자를 노역형에 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벌금 체납자를 구인해 노역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추징금 미납자에게 노역을 강제하는 법률 조항은 없다. 싱가포르는 추징금을 내지 않으면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다. 추징금 미납자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킨다면 지금처럼 그들이 역겨운 얼굴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