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최수봉 박사 “당뇨병은 불치병 아니다… ‘인슐린펌프’로 치료 가능”
입력 2013-09-11 17:32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최수봉(62) 박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인슐린펌프 전문가다. 그것은 이 기계를 35년 전인 1979년에 개발, 지금껏 이를 보완해 발전시켜 왔고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을 터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걸리면 평생 고통을 받는다는 당뇨병. 이 당뇨병은 국내 환자가 500만명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질병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최 박사는 “당뇨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완치도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현재 내분비계 전문의들의 처방이나 진단과는 많은 부분 배치돼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굽힐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중증의 당뇨병 환자들이 바로 눈 앞에서 회복되고 치료되고 완치까지 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인 6일, 세계적 당뇨전문국제학술지에 제 논문이 실렸어요. 인슐린펌프를 착용한 환자들이 당화혈색소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췌장 베타세포기능이 회복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예요. 그것도 착용이 빠를수록요. 한국에서는 인정을 못받지만 세계적으론 인정받는 상황이예요. 참 아이러니하지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한 최 박사는 내분비 및 대사학분야를 전공한 전문의로 의사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당뇨분야 치료에 집중하면서 현재의 당뇨 의료시스템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을 사용해도 결국 췌장기능이 상하고 몸 여러 곳에 이상이 오는 당뇨병을 의료계가 그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 셋을 둔 엄마가 당뇨로 숨져 남편이 슬프게 우는데 정말 가슴이 메어지더라구요. 당시 최고의 당뇨전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며 시키는대로 했는데 왜 그 엄마가 죽었나요? 결국 기존치료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고 이 과정에서 제가 주장하는 ‘한국형 당뇨’와 ‘인슐린펌프’가 나온 것입니다.”
최 박사가 보는 당뇨병의 관점은 다르다. 서양인과 체질이 다른 한국인은 체지방이 적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져 환자 대부분이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 나간다는 설명이다. 결국 우리가 체질이 다른 서양인의 당뇨치료법을 답습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인슐린이 덜 분비되는 당뇨환자는 흡수된 포도당을 온 몸의 세포에서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돼 혈액에 당이 남고 혈액순환이 안돼 합병증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적시에 인슐린을 공급해 줌으로 정상인과 같은 상태가 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슐린펌프입니다. 당연히 합병증도 예방되고 펌프를 초기에 사용할수록 완치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인슐린펌프의 발전이 놀랍게 성장됐다.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주입하는 것은 물론 수시 혈당체크 기능과 적정인슐린 계산기능, 데이터의 서버컴퓨터 저장으로 인한 수시 처치 등 유비쿼터스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는 것.
세계인슐린펌프치료학회 회장이기도 한 최 박사는 2010년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000여명의 의사들이 참석한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인슐린펌프 사용에 따른 연구논문을 발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펌프사용 환자들을 5년간 추적한 결과 대다수의 환자들이 혈당이 정상화 되고 췌장의 인슐린분비기능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완치한 사례도 보고됐다.
78세인 H씨는 41년째 당뇨를 앓고 있었다. 처음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만 버티다 결국 약을 먹게 됐는데 몸은 점점 더 수척해지고 나빠졌다. 이 가운데 최 박사를 만나 인슐린펌프 치료를 받게 되면서 놀라운 변화를 맞았다. 식사도 마음껏 하면서 체중도 오르고 합병증도 치료됐기 때문이다.
“보통 당뇨병은 치료가 안되는 병으로 평생 잘 관리하며 같이 가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치료되고 완치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례가 있기에 제가 자신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정보화시대에 환자들도 이제 천편일률적인 치료에 몸을 맡길 것이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체크해 가장 바람직한 치료를 택할 권리가 있다는 최 박사는 그래서 스스로의 현명한 선택만이 질병을 이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남들이 들으면 ‘과욕’이라고 할 만한 큰 꿈을 품고 있다. 그것은 이 인슐린펌프를 통해 수많은 당뇨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준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의학상을 받는 것이다. 모두 황당하다고 손가락질 할 것이지만 이것은 자신의 연구와 치료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인슐린펌프 치료를 더욱 연구하고 개발해 지금 보다 점점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있는 최 박사는 어느 방면이듯 개척자는 힘든 것 같다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가 자신의 치료방법을 일부 지나치게 매도함으로 이에 대한 오기가 의학적으로는 더 큰 발전이 있게 했다는 말은 아주 의미있게 들렸다. 소신과 열정으로 달려온 최 박사는 현재 매주 목·금요일 서울 건국대병원, 화·수요일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02-2030-5088).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