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위세 꺾이고 ‘신흥강자’ 급부상… 가요계 아이돌 그룹 ‘세대교체 바람’

입력 2013-09-11 17:23 수정 2013-09-11 20:58

지난해 4월 데뷔한 그룹 엑소는 요즘 ‘대세’로 통하는 아이돌이다. 이들은 올여름 발매한 1집 ‘엑소엑소(XOXO)’로 70만장을 훨씬 웃도는 판매고를 올렸다. 음반 시장이 사실상 사양화된 상황에서 거둔 놀랄만한 성적이다. 해당 음반은 발매 전부터 선주문이 30만장에 달했다고 한다. 타이틀곡 ‘으르렁’은 각종 음원차트,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 등을 차례로 석권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음반 판매량 등을 보면 엑소가 ‘대세’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좋은 음악과 안무,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이 하나가 돼 나타난 결과인 거 같다”고 자평했다.

2010년 6월 데뷔한 인피니트 역시 최근 1∼2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온 아이돌이다. 이들은 트레이드마크인 ‘칼군무’(멤버 7명 동작이 칼로 자르듯 일사불란하다는 의미)와 감각적인 음악을 앞세워 10대들의 새로운 우상으로 부상했다. 인피니트는 지난달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등 세계 10여개국 20여개 도시를 도는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이다.

엑소와 인피니트 외에도 요즘 각광받는 아이돌 중엔 기성세대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 많다. 2010년 7월 데뷔한 틴탑은 지난달 발표한 신곡 ‘장난아냐’로 최근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KBS2) ‘인기가요’(SBS) 등에서 차례로 정상을 밟았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초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데뷔 2년차 그룹 B1A4(비원에이포) 역시 성장세가 뚜렷하다.

반면 K팝 열풍을 선도해온 ‘중견’ 아이돌의 위상은 날로 떨어지는 분위기다. 걸그룹 카라는 지난 2일 정규 4집을 발표했지만 타이틀곡 ‘숙녀가 못 돼’는 각종 차트 1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 정규 3집을 발표한 2PM의 위세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9월 정규 6집을 내놓은 동방신기도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는 덴 실패했다. 가요계에 아이돌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음원 차트 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다. 본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니터링 업체인 ‘펄스K’에 의뢰해 올해 1∼8월 아이돌 월별 트위터 버즈량(언급 횟수)을 분석한 결과 인피니트가 6번, 엑소가 2번 1위를 차지했다. 데뷔 5년차 이상 아이돌 중 상위권(1∼5위)에 랭크된 케이스는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샤이니, 비스트 정도였다.

이쯤 되면 ‘아이돌 수명은 5년’이라는 가요계 속설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이 일정 주기로 인기가 사그라지는 건 가요계의 고질적 현상”이라며 “여타 장르의 가수에 비해 아이돌의 팬덤은 수명이 짧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시장에선 댄스 음악을 즐기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인기 있는 아이돌도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돌이 장수하려면 확고한 자신만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2008년 등장한 샤이니는 과거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 등을 통해 예쁜 동생의 느낌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많은 작곡가들과 함께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며 “아이돌은 이처럼 근본적인 변신을 통해 수명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