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건축, 패러다임을 바꾸자] (중) 무리한 성전건축 왜?
입력 2013-09-11 17:32 수정 2013-09-11 21:04
“건물 새로 지으면 성도 몰려들 것” 막연한 기대에 절차무시 ‘폭탄 대출’
A교회가 서울 강동구의 새 아파트단지 옆에 교회를 신축한 것은 2년 전. 500석 규모의 교회 건물을 짓는데 든 비용은 약 30억원이었고, 이중 은행에서 빌린 돈은 20억원 정도였다. 원래 있던 대출까지 합쳐 매월 갚아야하는 이자만 15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성도 수는 기존 200여명에서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 원금은 물론 이자를 메우기도 힘겹다. 대출금 상환이 갈수록 버거워지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이는 담임 K목사. 교회 구성원 중 누구보다도 교회 신축을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17년째 교회건축 컨설팅을 하고 있는 전병철 교회건축선교회 대표는 A교회 사례를 언급하며 “교회 내부의 의견수렴과 건축에 따른 세밀한 재정 대책 논의가 미흡했던 것 같다”면서 “결과적으로 무리한 건축이 됐다”고 진단했다.
교회 건축 과정에 왜 무리수가 많이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성전건축 절차(도표 참조) 가운데 초반부터 내부 의견수렴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교회재정투명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이 과정에서 소수 특정인의 의사결정, 특히 담임목사의 강력한 의지로 건축이 결정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목회 비전과 성도 수, 재정 등 교회의 제반여건과 내부 공감대가 반영된 성전건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 목회자들은 건물을 새로 지으면 성도들이 몰려 들 것이라는 기대감과 타교회의 성공 사례에 주목하다 보니 다른 고려 사항은 뒷전에 밀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감도가 나오기 시작하는 설계업체 선정 단계는 자칫 ‘달콤한 독약’이 되기 쉽다. 교회건축선교회 전 대표는 “건물을 어떤 구조로 짓느냐에 따라 건축비가 천차만별”이라며 “기왕에 짓는 성전 잘 짓자는 분위기 속에서 십중팔구 건축비용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일례로 직사각형 구조의 전통적인 교회건물에 비해 원형 등 신식구조 건물은 건축비가 30%정도 더 든다.
당초 예상보다 비용이 초과되더라도 적지 않은 교회들이 무리수를 감행하는 데는 교회건축의 대출관행 탓도 크다. 대부분의 교회 건축은 일단 은행 대출을 통해 이뤄지고, 추후 교인들의 헌금 등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대출 벽도 그다지 높지 않다. 교회건축 대출이 활발한 수협 등에 따르면 교회건축 대출 상한선은 건축비의 70%선, 대출 금리는 연5% 안팎이다. 대출가능 교회 기준은 출석성도 150명 이상.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0명이었는데, 중·소형 교회가 대폭 늘면서 기준을 낮췄다. 교회건축 대출상품 ‘JB미션’을 운용 중인 JB전북은행 이창영 대출상담사는 “교회는 이익을 목적으로 한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 담보로만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출석성도 수를 비롯해 십일조 같은 헌금액수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수·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 50곳을 대상으로 한 교회대출 규모는 모두 4조5000억원이었다. 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등이 종교단체에 빌려준 대출금(5조원) 중 기독교 단체 및 기관에 빌려준 돈은 88%인 4조4000억원선. 전체 금융권을 통틀어 건축 등으로 교회가 대출한 규모는 약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 금리를 담보대출 수준인 연 5%로만 계산해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금 417억원이 매월 꼬박꼬박 금융권에 이자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성전건축을 마무리한 교회들은 대출금을 갚는 일에 매달리게 된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쌓인 빚을 갚아나가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대출금 상환계획과 어긋날 수밖에 없는 돌발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성도수가 예상만큼 늘지 않는다는 문제가 가장 크다. 이는 헌금과 직결된다. 헌금이 줄면 당장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다. 보통 6개월 정도 연체되면 이자 연체율은 최대 연 20%까지 높아진다. 순식간에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빚이 는다.
이런 처지까지 몰린 교회는 혹독한 대가를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교회를 등지거나 옮기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교인들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경우 교회와 교인 간에 소송이 빚어지기도 한다. 전도와 선교, 구제와 섬김 등 교회 본연의 역할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리한 성전건축의 덫이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