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효겸] 새 대입제도에 바란다
입력 2013-09-11 17:59
“국민적 성숙 없이 완벽한 입시제도는 불가능, 간명하고 예측가능한 틀 마련해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국민적 불만이 높다. 제도 변경과 더불어 사교육비가 증가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으로 시행하든 대입제도는 완벽한 게 없다. 제도마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당시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장점이 많은 제도를 선택해 왔다. 따라서 제도 자체에 어떤 부분적인 역기능이 있는지, 그리고 대학입시에 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제도의 성공 여부가 좌우되었다.
입시제도 변경에는 사교육 문제가 항상 결부돼 있다. 대학입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교육비 부담 경감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대학입시 변경도 사교육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고 일부 언론에서는 보고 있다. 반면 교육 당국은 대입제도 변경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귀결점이 다른 것이다.
국민적 성숙 없이 완벽한 입시제도가 존립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내 자녀가 남의 자녀보다 한 점이라도 더 취득해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겠다는 염원이 있는 한 사교육의 억제는 어렵다고 본다. 공교육에서 부족한 분야를 사교육에서 보충하려 하기 때문에 공교육과 사교육은 공생한다. 하지만 공교육은 파행으로 가고 사교육이 활기를 띤다면 이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모두 역효과를 거두게 된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도록 상호 노력해야 한다. 공교육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경우에는 사교육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내놓은 2017학년도 수능체계 개선 방안은 문제점을 개선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1안은 현행 골격 유지안인 문과·이과 구분안, 2안은 문과·이과 일부 융합안, 3안은 문과·이과 완전 융합안이다. 뿐만 아니라 영어선택 수능 폐지, 한국사 수능 필수, 대학별 전형 수시 4개·정시 2개로 전형방법 간소화, 사교육 유발 억제를 위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수능과 미연계가 주요 골자다. 이상의 내용을 갖고 공청회를 개최해 다수 의견을 모아 개선해 가자는 제안이다. 현 상태에서 개정안이 확정된 것처럼 비판적 시각이 앞서가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학생·학부모 부담완화 방안,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전형 간소화 등은 대입제도 발전에 무게를 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전제로 앞으로 좀더 분명하게 다듬어야 할 방향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간명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대입시가 되도록 전형의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을 더 많이 도입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재정지원 등을 통해 대학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고교 및 대학, 학부모, 정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대입전형 공동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현재 고 1∼2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에는 현행 틀을 유지하되 개선이 불가피한 수준별 수능(A/B형)과 지나치게 복잡한 대입전형 등은 개선시켜야 한다.
교육부에서 보다 바람직한 안을 제시했더라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면 그런 우려를 받아들여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7학년도 이과·문과 일부 및 완전 융합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혜자 입장을 고려해 정책이 입안돼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금번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되면 논술 비중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논술 사교육이 늘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이 점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김효겸 (대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