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압박에 휘둘려… 크로아티아 벽은 높았다
입력 2013-09-11 01:24
크로아티아의 공격은 거센 파도 같았다. 거침없이 몰아쳤다가 숨을 고른 뒤 또 몰아쳤다. 한국은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나 결국 줄기찬 파상 공세를 당하내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경기 전 “레벨이 높은 선수들을 상대로 우리 수비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던 홍명보 감독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크로아티아의 스피드와 압박에 정신없이 휘둘린 경기였다.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 한국과 8위 크로아티아의 평가전. 한국은 지난 2월 영국에서 당한 0대 4 참패를 설욕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지만 기량 차이를 확인하며 1대 2로 패했다.
지난 6일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4대 1 대승을 거둔 한국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홍 감독은 취임 이후 6경기에서 1승3무2패를 기록했다. 이번 달 A매치 일정을 모두 마친 대표팀은 10월 12일 브라질(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 15일 말리(오후 8시·천안종합운동장)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날 최전방엔 수원 삼성의 조동건이 출격했다. 왼쪽 측면에는 손흥민(레버쿠젠)이, 오른쪽 측면엔 이청용(볼튼)이 선발로 나섰다. 처진 스트라이커로는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낙점됐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박종우(부산)가 짝을 이뤘다. 포백 수비라인엔 윤석영(퀸스파크레인저스)-김영권(광저우)-곽태휘(알 샤밥)-이용(울산)이 포진했다. 골문은 정성룡(수원)이 지켰다.
이번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 등 스타급 선수들이 빠진 1.5군이었지만 마음 놓고 달려들 상대는 아니었다. 조직력이 탄탄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과 수비도 안정돼 있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의 배후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이전 경기들과는 달리 중원에서 공의 흐름이 뻑뻑했고, 패스도 자주 끊겼다.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한 한국은 좌우 측면을 통한 크로스 공격에 의존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통하지 않았다. 양 팀은 전반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지만 골을 터뜨리진 못했다.
홍 감독은 후반 조동건을 빼고 한국영을 투입한 뒤 구자철을 최전방으로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한국은 후반 1분 만에 손흥민의 슈팅을 신호탄으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경기 주도권을 틀어잡고 거칠게 몰아치던 한국은 후반 19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미드필드 지역 왼쪽에서 라키티치가 찬 프리킥을 레온 벤코(리에카)가 헤딩으로 떨어뜨리자 도마고이 비다(다이나모 키예프)가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급격하게 흔들린 한국은 후반 26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허용해 또 헤딩 슈팅으로 추가골을 내줬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이용의 크로스를 받은 이근호의 헤딩골로 영패를 면했다.
경기가 끝난 뒤 크로아티아의 이고르 스티마치 감독은 “한국은 조직력이 잘 갖춰진 팀이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은 골 결정력”이라며 “축구에서는 기회를 놓치면 진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몇몇 선수가 거론되고 있는 데 대안을 찾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박주영(아스널)에 대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부분이 있느냐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