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먼의 농구 외교 북한 개방 불씨 될까

입력 2013-09-10 18:23

북한을 두 번째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행보를 놓고 미국과 한국의 외교·정보당국자들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복장과 말투로 판단할 때 ‘원맨쇼’ 정도로 웃어넘기고 싶지만 그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오랜 시간 두 차례나 만난 첫 서방인인데다 점점 북·미 민간 교류의 모양새를 만들어 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이어 3∼7일 북한을 방문한 로드먼은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인 내년 1월 8일과 10일 두 차례 북한에서 농구 시범경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범경기에 NBA에서 함께 활동했던 스콧 피펜이나 칼 말론 같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김 위원장이 2016년 올림픽 농구 대표팀을 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드먼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 관한 책을 써달라는 부탁도 했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씨를 석방시키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다”면서도 “이러한 ‘농구 외교’가 북한의 개방과 배씨의 석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로드먼의 행보를 ‘흥밋거리’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뉴욕채널이라는 북·미 대화창구가 있는데 농구선구가 ‘메시지’를 전한다는 게 우스꽝스런 일 아니냐”며 “미국 정부도 지난번 첫 방문 때처럼 개인적인 방북이며 의견일 뿐이라는 입장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로드먼의 방북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이날 국제분쟁 해결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ICG관계자의 말을 인용, “농구시합이 사소한 것 같지만 북한 같은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새로운 사고와 정보를 줘 주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