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진정한 황제’로 거듭나다… 목적타 훈련 집중
입력 2013-09-10 18:19
불과 1년전 이 대회 때는 무릎부상으로 집에서 치료받던 선수였다. 지난 6월 윔블던에서는 세계랭킹 135위 선수에게 패했던 그였다. 클레이코트에서 유독 강해 ‘클레이코트의 황제’라 불리는 라파엘 나달(세계 2위·스페인)이 하드코트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3대 1(6-2 3-6 6-4 6-1)로 제압,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우승상금 260만 달러(약 28억원).
무릎부상에서 돌아와 올해 프랑스오픈 타이틀도 거머쥐었던 나달은 개인 통산 13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또 2011년 US오픈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에 당한 패배도 되갚았다.
나달은 원래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바운드가 느린 클레이코트가 그에겐 제격이었다. 클레이코트 통산 전적이 292승21패, 승률이 무려 93.3%에 이를 정도였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에서는 9년 동안 8회 우승, 59승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반면 빠른 바운드 탓에 랠리가 짧게 끝나는 하드코트는 상대적으로 그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는 17번 출전해 2차례 우승에 그칠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올들어 하드코트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무릎부상 때문이었다.
무릎부상으로 많이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반대편 코트에 생수병을 맞히는 목적타 연습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샷의 정확성과 공격성을 높여 경기를 빨리 끝내기 위한 훈련이었다. 그 결과 이번 대회 직전까지 하드 코트에서 열린 대회에 세 번 출전해 모두 우승했다.
이번 대회서도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에게 단 두 세트만 허용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하드코트 경기에서 22전 전승. 이날 승리로 나달은 조코비치와의 상대 전적도 22승15패로 만들었다.
조코비치는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서 나달의 첫 서브 게임을 따내며 3-1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으나 이후 실책을 쏟아내며 4-6으로 세트를 내줬다. 조코비치는 마지막 13게임 가운데 11게임을 내줄 만큼 막판 나달의 기세에 완전히 눌렸다. 조코비치로서는 이틀전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10위·스위스)와의 준결에서 4시간 넘은 접전으로 체력이 고갈된 것이 뼈아팠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