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자진납부”] 재국씨 “국민께 머리숙여 사죄” 시종일관 침통
입력 2013-09-10 18:14 수정 2013-09-10 22:16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재국씨는 오후 2시59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혼자 차에서 내린 재국씨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포토라인 앞에 섰다. 전씨 일가의 대표 자격이었다. 손에는 추징금 납부안이 들어 있는 갈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재국씨는 오른쪽 안주머니에서 A4 1장짜리 사과문을 꺼냈고,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사과문을 전부 읽는 데는 2분 남짓 걸렸다. 재국씨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사과를 전하는 목소리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힘겹게 사과문 낭독을 마친 그는 취재진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으로 들어가던 재국씨는 “왜 기자회견을 하느냐. 훔친 돈이니까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멈칫했고, 입구를 찾지 못해 잠시 헤매기도 했다. 재국씨는 2시간여 동안 검찰에서 이행각서를 작성한 후 5시10분쯤 현관으로 내려왔다. 취재진이 ‘낼 수 있는 재산이 있는데 지금까지 왜 안 냈느냐’고 질문하자, 재국씨는 “오늘은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납부 재산에 해외 재산도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해외재산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는 200여명의 취재진이 이른 시각부터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재국씨가 검찰에 출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18 관련 단체 등의 기습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발표가 진행될 때 연희동 자택에는 고요와 긴장감이 동시에 흘렀다. 이른 아침부터 30여명의 취재진이 자리를 지켰고, 경찰들이 돌발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집 주변을 순찰했다. 자택 2층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었고 전 전 대통령 내외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측근들의 왕래도 없었고 이따금 우체국 집배원들과 택배 배달원만 집 주위를 오갔다. 전 전 대통령은 건강이 나쁘고 돌발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발표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재산 환수 절차에 들어간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나성원 문동성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