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가계… 저물가에도 내수부진 경기회복 최대 복병
입력 2013-09-11 04:59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이 경기 회복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10개월 연속 물가상승률 1%대의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구의 생활비 지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소비 여력이 있는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맨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고 “우리 경제는 자동차 파업 등으로 증가세가 제약됐지만 주요 지표가 완만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7월 광공업생산이 자동차 파업의 영향으로 지난달보다 0.1% 감소했지만 전 산업생산은 0.3%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수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실질소비지출 기준)은 223만9900원으로 전년 동기(224만8900원)보다 0.4%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도 73.1%로 1.0% 포인트 하락했다. 가계가 번 돈을 생활비로 쓰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애써 번 돈은 연금, 사회보험 등으로 죄다 빠져나간다. 경기 침체로 불안감이 커진 소비자들이 현재의 삶보다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연금·사회보험·이자비용 등 생활비 외의 지출인 비소비지출 증가 통계는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최근 비소비지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4.1%로 가계소득 증가율(2.5%)을 넘어섰다. 그러나 기재부는 “부모님 용돈과 같은 가구 간 이전지출이 증가했고 연금과 사회보험의 가입자 수가 늘었다”며 “일시적인 특이요인일 뿐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부는 최근의 소비 회복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7월 소매판매가 1.1% 늘어나는 등 소비가 차츰 나아지는 모습”이라며 “일자리가 늘어 구매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안심리 때문에 내수 부진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줄일 수 있는 소비는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갚느라 여윳돈 마련이 어려워 물가가 낮아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