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치정국, 대통령 귀국하면 풀릴까

입력 2013-09-10 20:59

베트남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귀국하게 되면 정국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물밑 접촉이 다시 빨라질 전망이다.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성사돼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여야가 서로 통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낙관론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의 귀국일부터 추석 연휴 직전인 17일까지의 약 1주일이 향후 정국을 가를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주변 여건상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베트남 방문 성과를 여야 지도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제사회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만들면 좋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5자 회담을 하고, 회담 전에 박 대통령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따로 만나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달 말 청와대에 제의한 ‘선(先) 양자회담, 후(後) 5자회담’과 맥이 통한다.

추석 밥상을 앞두고 여야가 한 발짝씩 양보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대치 정국 타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보다는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명분론과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종북세력의 숙주” “뿌리가 독재정권”이라며 막말 공방을 벌이고 있어 추석 때까지 이대로 가다간 정치 혐오증만 키우게 된다. 추석 전에 대치 정국을 못 풀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장외투쟁이 설날까지 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석 이후 10·30 재·보궐 선거 때까지는 여야간 정쟁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만나 논의할 회담의 안건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양자회담을 하고, 민생을 주제로 5자 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 건으로 사과할 경우 논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책임자 처벌과 선거 무효 등 더욱 무리한 주장을 펼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철회하거나 박 대통령이 민주당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