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자진납부”] 전두환, 16년 걸린 자진납부
입력 2013-09-10 18:07 수정 2013-09-10 22:14
전두환 전 대통령 가족이 16년간 추징금 납부를 미뤄 온 데 대해 사죄하고, 미납된 추징금을 모두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1988년 11월 백담사에 은둔하기 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내놓은 이후 25년 만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5공 비리에 대해 사죄하고,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5∼96년 검찰 수사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은닉한 사실이 드러났고, 1997년 4월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된 이래 이날 자진납부 의사를 밝히기까지 16년5개월이나 걸렸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에 추징금 납부 계획서, 이행각서 등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미 압류한 900억원 상당의 재산과 자진납부키로 한 부동산·미술품·금융자산 등을 합해 총 1703억원의 ‘책임재산’을 확보했다. 전 전 대통령이 내야 할 미납 추징금은 1672억원이다.
재국씨는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가족 모두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발표문을 읽었다. 그는 “부친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한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저희의 부족함과 현실적 난관에 부닥쳐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 자택도 국가에 내놓기로 했다. 재국씨는 다만 “부모님이 반평생 거주했던 저택에서 여생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검찰에서 “추징금이 완납되는 순간까지 가족 모두가 힘을 합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도 썼다. 입장 발표와 귀가 때 세 차례 허리를 깊이 숙였다.
검찰은 향후 자진납부한 재산의 정확한 가액을 평가한 뒤 공매 등 환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확보한 재산 처분 과정에서 1672억원 전액 환수가 어려울 경우 추가로 은닉재산 추적 작업을 벌여 마지막 1원까지 채워넣겠다”고 말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제라도 국가적 정의가 올바로 세워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