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대책 효과?… 중소형 주택 매매 꿈틀

입력 2013-09-10 18:01 수정 2013-09-10 23:01

서울 방화동에 사는 이모(43)씨는 지난 4월 시세보다 싸게 집을 내놓았지만 5개월 가까이 집을 팔지 못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있던 6월까지 간간이 있었던 부동산의 문의 전화도 7월 들어서는 뚝 끊겼다. 매매를 반쯤 포기했던 이씨는 8·28 전·월세 대책 발표 후인 지난 9일 전세를 찾던 신혼부부에게 마침내 집을 팔았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8·28 전·월세 대책 등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서울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매매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매물마저 구하기 쉽지 않자 아예 매매로 전환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인근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를 보러 왔던 분들 중 생애최초구입 대상자들의 경우 전세를 찾기 힘들어지면서 매매로 갈아타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 공덕래미안 근처에 있는 M공인 관계자도 “8·28 대책 전에는 집을 처분할 수 없어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수요자에게 끌려가는 상황이었다면 8·28 대책 후에는 집 주인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8·28 대책 이후 중소형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까지 오름세를 보이며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2% 상승해 2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송파구 잠실주공 등 재건축 단지들이 500만∼1000만원 정도 오른 데다 마포구, 강동구, 노원구 등의 소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양적 완화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수 있고, 4·1 대책 등에 따른 혜택이 연내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소형 매물을 중심으로 전세의 매매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급매물 소진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주공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8·28 대책 발표 이후 첫 주는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지만 이번 주 들어 거래가 다시 뜸해지고 있다”며 “급매물이 소진된 후 1000만∼20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르자 집 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수요자들은 이전 가격을 생각하며 매수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전에도 대책에 따라 거래가 반짝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급매물 소진에 그칠지 여부는 좀 더 추세를 살펴봐야 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