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베트남 고속성장 매력”… 중산층 공략 박차

입력 2013-09-10 18:01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협력에 속도가 붙으면서 삼성, LG, 롯데 등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베트남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중산층 인구 증가’에 맞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2002년부터 활기를 띄기 시작해 2006년 이후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99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한 건수는 7954건, 금액으로는 162억 달러에 이른다. 신고 건수로는 3위, 금액으로는 4위의 투자국이다.

기업들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의 박닝성, 타이응우옌성 등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자다. TV와 생활가전, 휴대전화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사들과 함께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에 40만㎡ 규모의 복합 공단을 조성하기로 했다. 오는 2024년까지 총 15억 달러(1조638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동 중안 공장 2곳을 통합 이전해 복합 공단을 조성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해 TV, 세탁기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정부에서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한다고 힘을 실어준 만큼 현지에서 인정받는 전자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 투자와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의 강점은 구매력 있는 중산층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2030년이 되면 베트남에서 하루 소비 2달러 미만의 빈곤층 인구는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69.5%에 달해 신흥국 가운데 최상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15∼24세 젊은층 비중이 20.1%로 인도(19.0%)와 중국(17.8%)을 앞지르고 있어 향후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효성 관계자는 “베트남은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고부가·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신시장 개척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며 “여러 사업부에서 베트남 진출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은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에 스판덱스, 타이어보강재 공장을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500억원이었고 올해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채용 인력도 4500명에 달한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유통업체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롯데마트는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호찌민에 1호점을 열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베트남 내 단일 쇼핑센터로는 최대 규모인 2만460㎡ 공간에 마트와 영화관, 볼링장, 당구장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연말 문을 연 다낭점은 신규 아파트와 택지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어서 상권이 특히 우수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 인삼과 인삼주, 소주 등을 모아 판매하는 특별 매장을 꾸미고 1300여대의 오토바이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며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