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자진납부”] 세 아들 사법처리 칼날에 두 손 들어

입력 2013-09-10 17:59 수정 2013-09-10 22:21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십수년간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낼 돈이 없다”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 왔다. 검찰이 지난 5월 추징금 환수를 위한 대규모 전담팀을 꾸렸을 때도 입장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검찰이 ‘재산’뿐 아니라 처남 이창석씨, 장·차남 재국·재용씨 등 ‘가족’들을 직접 겨냥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구속 될라’ 위기감 속 항복=검찰은 ‘전두환 추징법’ 시행 나흘 만인 7월 16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일가의 재산을 하나둘 압류해 갔다. 지난달에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 체제로 전환했다.

검찰은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창석씨를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 전 대통령 측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씨 소환이 통보될 무렵 민정기 전 비서관은 자료를 내고 “원래 재산이 많았다. 은닉재산이 있는지는 조만간 판명날 것”이라며 반박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달 12일 이씨 소환 직후부터였다. 검찰이 경기도 오산 땅 매각 과정을 조사하면서 재용씨의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한 사실이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가족회의가 수시로 열리기 시작했다. 변호인은 지난달 14일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재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이씨를 구속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을 향해 “언론플레이 대신 구체적인 자진납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압박했다. 수사 확대를 통해 자진납부를 유도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재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판세는 검찰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은 추징금 대납을 결정하고 이틀에 한 번 꼴로 회의를 열어 금액 분배와 납부 방식을 논의했다. 전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 이틀 뒤인 지난 6일 자진납부 방식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는 계속하되 ‘구속’은 없다”=검찰은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증거 관계와 책임 정도 등을 감안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와는 별개로 재산 은닉·증식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한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수사 속도와 사법처리 수위는 조절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은 모두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는 조세포탈과 범죄수익은닉, 횡령·배임, 국외재산도피 등이 거론된다. 검찰은 이창석씨를 세금 60억원 탈루 혐의로 기소하면서 재용씨를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재국씨는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 재산을 도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재만씨의 경우 지난 2일 장인인 이희상 회장이 운영하는 동아원 본사 등 11곳이 압수수색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1차 목표는 ‘처벌’이 아니라 ‘환수’였다는 점에서 자진납부 결정으로 가벌성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추가 수사 확대나 관련자 구속 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웅빈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